쌍욕은 마음 속으로만 헤헤
"봄이로구나."
"그렇사옵니다."
"신기하질 않으냐, 어제까지만 해도 제법 찬바람이 불더니, 3월의 첫날이라고 이리 빛이 따스한 것이 말이다."
그 말에, 운은 새삼 귀밑을 간질이는 따스한 바람을 느끼며 작게 미소지었다. 이번 겨울 내도록,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역모의 끄트머리와 외로이 씨름하며 힘들게 지냈던 훤이었다. 그저 날씨일 뿐이지만, 그래도 오랫만에 난 따스한 햇빛 덕분에 훤이 기운차게 강녕전 뜰을 거니는 모습이 운은 못내 흐뭇했다.
"운아."
"하명하시옵소서."
"너는 내 휘(諱)의 뜻을 아느냐?"
"선왕전하께오서 태양이 되라는 뜻으로 지으신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그래, 본디 훤이라 함은, 뜨겁고 강렬한 태양이 아니라 오늘처럼 부드러운 따스함을 이르는 말, 춘훤(3월을 이르는 별명)이 오니 그 뜻이 새삼 와닿는구나."
"봄볕과도 같이 따스한 성군이 되시라는 선왕전하의 성심이 아니셨겠습니까."
"그래, 그렇구나...."
그러나 세상이 나를 가만두지 않아. 자꾸만 거세어지라고, 잔인해지라고 나를 떠미니 그것이 쉽지가 않구나.
훤은 씁쓸하게 미소지었다. 순리가 아닌 것을 순리라며 그저 따라야 한다는 자들, 저항하고, 내리누르지 않으면 이내 기세 등등해질 역적의 무리들. 이런 것들은 훤을, 훤(暄)이고 싶으나 훤일수 없게 했다. 차마 잊을 수 없어 가슴에 묻은 연우의 죽음을 사주한 자들의 이름과, 감히 국록으로 사병을 조직하여 역모를 꾀한 무리의 증좌가 손 안에 들어와 있었다. 준비는 거의 끝에 다다랐으니 이제 몇 발자국만 더 내딛으면, 그들과 정면으로 맞서야 할 때가 올 것이었다. 곧, 이리도 좋은 봄 햇살 아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치러질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목을 죄어오는 그들의 목을 치고, 단 하나의 태양으로서 우뚝 서기 위해 훤은 지금까지 달려온 것이 아니었나. 허나,
...마지막 한 걸음을 떼야하는 이 순간이, 버겁다.
마지막 순간이 지나고 나면 비로소 나는 훤이 될 수 있겠지. 따스하고 따듯한 빛이 되어 웃을 수 있겠지. 그러나 나는 두렵구나. 적에게 지지 않기 위해 매서움을 위장하다 그만 본 모습을 잃게 되진 않을까.
훤은, 먼 미래를 더듬듯 부옇게 부유하는 봄 햇살을 응시하다 눈을 돌려 한 발짝 뒤의 운을 보았다. 갑자기 눈이 마주쳐 급하게 고개를 내리까는 그 짧은 순간에도, 훤은 운의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저 근심어린 눈빛. 제 주군의 표정이, 그 사이 조금 어두워진 것에 온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게지.
8년을 곁에 두며, 남들은 모르는 운의 자그마한 표정의 변화도 훤은 알 수 있게 되었다. 운 역시 마찬가지였다. 운은 누구도 모르는 훤의 비밀과 슬픔을 함께했다. 곧 훤이 행할 그 피비린내 나는 전쟁, 그 선봉에 설 이 또한 운이었다. 훤은 그런 운이 안쓰러웠다.
그저 먼 옛날, 제가 그를 운이라 부르기로 마음먹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운은 오롯이 그만의 검이 되었다. 조용히 자신의 슬픔을 나눠 지고, 묵묵히 곁에서 훤의 운명을 함께 걸었다. 운검이 되기 이전, 김제운으로서 가졌던 인연과 슬픔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흔들리는 모습 하나 보이지 않았으나, 그 속이 번다함을 훤은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안쓰럽다 하여 운을 놓아줄 수는 없었다.
"운아, 저 해를 한번 보아라."
운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둥근 해는 장막처럼 드리워진 옅은 구름에 싸여 있었다. 원래 태양이란 바로 볼 수 없는 것이지만, 오늘의 태양은 얼마든지 올려다 볼 수 있었다.
"저 해가."
"...."
"구름에 싸여 있는 것이 보이느냐?"
"예, 보이옵니다."
"저것이 훤(暄)이다."
"......."
"저 구름이 없으면 태양은 따스함을 잃고, 뜨겁고 매서워 몸을 피하게 하는 한 여름의 태양이 될 터. 그와 같이,"
훤은 하늘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다시금 운을 보았다. 이번엔 좀 더 집요하게 눈을 맞추어 왔다. 운 역시 훤의 마음을 읽는 듯이, 시선을 돌리지 않고 훤을 마주 보았다.
"나의 곁엔 늘 네가 있어 다오. 네가 나의 구름이니, 네가 없이는 나는 훤이 아니다."
말끝에 저를 향하여 환히 웃는 훤의 모습에, 잠시 운은 정말 훤에게서 빛이 난다고 느꼈다. 그 빛이 너무 밝아 가슴이 일렁거렸다. 운은 지금 당장이라도 제 목이라도 베어 훤의 발 아래 바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온전히 제 마음을 주군께 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 대신, 운은 굳게 검을 쥐며, 훤의 앞에 고개를 숙였다. 저의 태양 역시 오로지 전하 뿐이시옵니다.
"소신, 몸과 마음을 던져 영원히 전하의 곁을 지키겠나이다."
...나는 훤이 되어 웃을 수 있을 것이다. 해를 품은 구름처럼, 네가 나를 감싸고, 나의 곁을 지켜 주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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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드라마든 소설이든 가상의 등장인물 가지고 덕질 잘 안하는데...
귀신같은 훤운.... 으흐흐흐흐ㅡ흫ㄱ흑 ㅠㅠㅠㅠㅠㅠㅠ
이미 드라마를 볼 때마다 해품달 따윈 개나주고 내 눈엔 해를 품은 구름만이 있을 뿐
연우?? 연우가 뭔가여 김연우 말하는 건가 헤헤
근데 써놓고 다시 보니 양도 질도 그지같은데 이걸 쓰는 데 세 시간이 걸렸다는 게 믿기지가 않네여
이건 ㅍㅍ도 아니고 뭣도 아니여
그냥 훤운병이 터져서 나온 피고름이여
ㅜ....


